반응형

사랑 9

[잡문] 자기파괴적인 사랑에 대해

'너는 사랑이라 부르지 않았지만, 너의 말투와 행동엔 사랑이 있었다' "그래, 이런 게 연애지. 맞춰가기까지가 힘든 거. 다 힘든 거 아니겠어?" "그래?" 나는 의문을 품었다. 그의 말속에는 합리화가 섞인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 남들도 다 이런 연애를 하는 걸까?" "모르겠어. 근데 난 여태까지 이런 힘든 연애들을 해왔던 것 같아." "나 만나는게 힘들어?" "좋을 때도 있지." 그는 대답을 회피했다. "나 왜 만나?" 나는 속절없이 그에게 빨려 들어갔다. 그런 질문들을 왜 하냐며 내 주변 친구들을 타박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 질문을 지금 내가 하고 있다니. "당연하니까. 넌 나에게 당연한 존재야. 그리고, 음... 그냥 네가 해주는 말들이나 이런 것들이 좋았어. 지금도 그렇고." 그는 완벽한 대답..

잡글 2021.03.11

[잡문] 대화의 결

"어떻게 그런 거에 기분 나빠할 수 있어?" 대화의 결이 깨지면서 우리는 우리 사이에 벌어진 틈 사이로 소금물을 끼얹었다. 앗. 따가. 서로 너무 따가웠다. 아린 기억으로 남을 싸움은 흰 도화지 위 검은 잉크처럼 짙게 번져만 갔다. "너한텐 별게 아니어도, 나한텐 별 거야. 그럴 수 있는 거잖아?" "그래, 그럴 수 있어. 인정해. 근데 나를 대하는 태도는 왜 그런데?" "넌 그렇게 꼭 일일이 다 따져야겠어? 내 태도가 이런 건 나도 기분 나빠서야." "하.. 그만하자." 다름을 인정하는 것도 노력이라 생각했던 건 착각이었다. 그건 노력해서 되는 것이 아니었다. 마음이 식게 되면 자연스레 노력의 불씨도 꺼진다는 것을 우린 깨달으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정말 그만하는게 좋을 것 같아." "그래, 그러는게 ..

잡글 2021.03.09

[단편] 개X같은 이별에 대해

친구는 내게, 그건 개좆같은 이별 아니냐고 했다. "야, 남겨진 사람만 불쌍하고. 그 사람은 슬픔 속에 남겨지는 거잖아. 개좆같은 이별인 거지." "그런가? 난 좋았는데." "뭐가? 헤어진 지 아직 일주일도 안 지났는데 뭐가 좋다는 거야?" "그냥. 한 때를 같이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한데 난." "네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거 아니야? "아니 겁나 좋아했지. '겁나'라는 단어도 걔 영향으로 엄청 쓸 정도였고 하루 종일 걔한테 선물해줄 글들을 아이폰 메모장에 담고 다녔으니까. 뭐, 이 정도면 겁나 좋아한 거 아니냐?" "몰라. 근데 난 네가 이해가 안 가. 네가 한 이별은 좋은 이별이었단 거야?" "모르겠어. 그냥 그래." "그게 뭐야.." "몰라, 이번 헤어짐은 그냥 그래. 뭔가 떠나보냈다기 보단 그냥..

잡글 2021.03.08

[잡문] 사랑, 사람

1 중요한 건 그 사람에게 어떤 흠이 있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흠으로 볼 것이냐 아니냐다. 2 내 생에 어느 순간에 와도 널 만났을 거야. 3 내가 너에게 하는 말들이 가벼워지지 않게, 적당히 꽉 찰 때까지 기다렸다가. 너무 무거우면 가라앉고 너무 가벼우면 날아가버리니까 어떤 말이든 적당한 무게를 달아 띄우고, 내리는 것. 4 나에게 속삭이는 네가 꿈꾸는 나와의 미래, 아무 말 없이 하는 입맞춤과 무엇이 담겨있는지 채 가늠하지도 못하는 그런 눈을 하고서 나를 응시하는 것. 그런 것들에 불안은 눈 녹듯 사라진다. 5 "왜 넌 내가 화장하지 않은 모습이 아무렇지 않아? 왜 이렇게 익숙한 듯 행동하지?" 나에겐 그냥 화장을 한 너, 화장을 하지 않은 너. 아무렇지 않은 건 정말 아무렇지 않기 때문에, 어떤 모습..

잡글 2021.02.06

[잡문] 네가 듣는 노래가, 내 앞에서 흥얼거리는 노래들이 슬픈 노래들이 아니라 이젠 밝은 노래가 되어갈 때 나도 신나

1. 무의미한 이유 찾기 사랑을 한다. 사랑이기 때문에 그냥 한다. 이유는 딱히 없다. 내가 지금 사랑하는 이유를 찾으려면 심해에 버려진 내 일기장을 찾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 이유를 갖다 붙일 필요조차 없는 것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난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가 옆에 있는 것을 보는 것에 무슨 생각이 필요한가? 그냥 느낄 뿐이다. 가끔 이 사람이 왜 내 옆에 있을까, 왜 나를 만날까 하는 생각들이 스쳐 지나갈 뿐 그것조차도 사랑의 이유를 찾을 수 있는 질문이 되지 못한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냥 사랑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되고도 남는다. 2. 도착이 중요한가, 과정이 중요한가? 소망하는 도착지에 다다르기 위해 사랑의 과정을 소홀히 하지 말자. 사랑은 과정이면서 ..

잡글 2020.12.23

[모음] 남겨짐에 대해(feat. ZICO)

1. 해변에 놓은 돌 네가 머물렀던 곳이 그리워질 때 다시 나를 찾게 될 거야 2. 꽃이 피는 이유는 지기 위해서라고 지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위해서 꽃몽우리를 피우는 거라고 3. 위급 시 아기 먼저 구해주세요. 4. 눈이 녹으면 뭐가 되냐고 선생님이 물으셨다 다들 물이 된다고 했다 소년은 봄이 된다고 했다 -웍슬로 다이어리 5.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고 믿는다 믿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 있지? 어떠한 것 때문에 사랑을 포기한다면 그 어떠한 것을 보고 만난 것이다 애초에 그것 때문에 헤어질 이유가 되는 것이다 헤어질 이유는 만드는 것이고 만들어지는 것이다 6. 어떤 이는 말한다 사랑은 필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필요로 한다고 어떤 이는 말한다 사랑은 찾아서 가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안다 사랑은 필요로 하..

잡글 2020.11.2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