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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28

[뻘글] 자기소개서

요즘 입사지원서를 쓰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기소개서들을 썼고, 현재 몇 군데에서의 면접이 진행 중이다. 주변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자기소개서는 가식적이고 거짓투성이의 소설 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면접에서 들통나지 않냐 그러면, 뻔뻔해지면 된다고 하더라. 이런 게 20대의 실상이라니.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자기소개서에 어느 정도의 msg가 투입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다. 그만큼 간절하다는 증거일까 생각해본다. 나는 자기소개서를 쓸 때 절대 없는 소리를 못 한다. 나는 글을 쓸 때에도 내 마음에 없는 것들을 꺼내어 쓸 수 없다. 그래서 내가 소설 같은 걸 잘 못 쓰고 시도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다. 상상이란 정말 어렵고도 위험한 것 같아서. 상상 한 번 잘못해버리면..

잡글 2021.05.02

[잡문] 콘샐러드

"그래, 그거 있잖아. 콘샐러드. 그때 갔던 술집에서 먹었던, 네가 좋아했던 거. 네가 만든 게 이것보다 더 맛있다며 얘기했던 거. 그거 나도 좋아해." "그래." "난 그때 콘샐러드에 관한 기억이 없어. 네가 하도 난리를 쳤잖아." "그랬지. 네가 하도 떼를 썼으니까." "애정 몰라, 애정? 애정이 있으니까 그랬던 거야." "몰라, 그딴 거. 그딴 게 애정이면 난 이제 연애 안 해." "그래... 너랑 나랑 다른 거겠지." "그래, 그렇게 생각해." 그 날은 우리가 처음으로 만나서 격하게 싸웠던 날. 콘샐러드를 앞에 두고, 난 너를 붙잡고 넌 날 내팽개치고. "다시, 안 되겠지..?" "뭘?" "우리말이야." "당연하지. 난 너한테 마음이 없거든." "그래, 알고 있어. 사실 우리가 좋아했던 콘샐러드가..

잡글 2021.03.26

[잡문] 고백

21년 2월 초 어느 밤, 난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너를 생각하며 글을 써 오늘은 무슨 글을 쓸까 하다가도 내 얘기보다는 널 묘사하는 글들이 쓰고 싶어 져 못내 또 너를 그리게 돼 나에게 물감은 너고, 도화지에 그냥 널 그릴뿐인데 매번 다른 색감이 나오는 듯해 너란 사람은 그렇게 글을 쓰다 보니까 온통 다른 너로 내 글들이 칠해져 있더라 오늘 글의 제목은 고백이야 몰라 그냥 고백으로 할래 그냥 독백이니까 너무 담아두진 말아줘 사랑이라는 말을 우리가 꺼내버리게 되었을 때쯤엔 이미 너무 늦어버린거겠지 사랑과 애정 그 어디 중간쯤에 우린 있는 걸까 그래서 이리도 쉽게 서로를 놔주지 못하는 걸까 내가 좀 더 욕심을 부려봐도 될까 좀 더 이기적이어도 될까 널 만나고는 모든 생각들이 너를 향하는 것 같아 미친 것 ..

잡글 2021.03.12

[잡문] 경도게임

어린 시절, 우리에게 인기가 가장 많았던 놀이기구는 놀이터 중앙에 놓인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탑같이 생겼던 기구였다. 각 아파트 단지마다 유일하게 하나만 존재했고 단지 내에 사는 친구들은 모두 거기서 모여 놀았다. 우리는 그 놀이기구를 이용해 경찰과 도둑이라는 게임을 했고, 그 게임의 승자는 매번 도둑들이었다. 경찰은 눈을 가려야 했고 도둑들은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당연했던 것이, 10명 정도가 그 게임에 참여를 하면 9명은 도둑이었고 1명이 경찰이었으며 반지의 제왕 탑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경찰도 잡기 위험했기 때문에 올라가지 못했을뿐더러 올라가기 힘들었다. 그래서 매번 게임은 도둑들의 승리로 끝이 났다. 매일 하굣길에 아파트들이 즐비한 놀이터 중 하나를 골라 거기서 경찰과 도둑 게임을 그렇게 했다. ..

잡글 2021.03.11

[잡문] 자기파괴적인 사랑에 대해

'너는 사랑이라 부르지 않았지만, 너의 말투와 행동엔 사랑이 있었다' "그래, 이런 게 연애지. 맞춰가기까지가 힘든 거. 다 힘든 거 아니겠어?" "그래?" 나는 의문을 품었다. 그의 말속에는 합리화가 섞인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 남들도 다 이런 연애를 하는 걸까?" "모르겠어. 근데 난 여태까지 이런 힘든 연애들을 해왔던 것 같아." "나 만나는게 힘들어?" "좋을 때도 있지." 그는 대답을 회피했다. "나 왜 만나?" 나는 속절없이 그에게 빨려 들어갔다. 그런 질문들을 왜 하냐며 내 주변 친구들을 타박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 질문을 지금 내가 하고 있다니. "당연하니까. 넌 나에게 당연한 존재야. 그리고, 음... 그냥 네가 해주는 말들이나 이런 것들이 좋았어. 지금도 그렇고." 그는 완벽한 대답..

잡글 2021.03.11

[잡문] 대화의 결

"어떻게 그런 거에 기분 나빠할 수 있어?" 대화의 결이 깨지면서 우리는 우리 사이에 벌어진 틈 사이로 소금물을 끼얹었다. 앗. 따가. 서로 너무 따가웠다. 아린 기억으로 남을 싸움은 흰 도화지 위 검은 잉크처럼 짙게 번져만 갔다. "너한텐 별게 아니어도, 나한텐 별 거야. 그럴 수 있는 거잖아?" "그래, 그럴 수 있어. 인정해. 근데 나를 대하는 태도는 왜 그런데?" "넌 그렇게 꼭 일일이 다 따져야겠어? 내 태도가 이런 건 나도 기분 나빠서야." "하.. 그만하자." 다름을 인정하는 것도 노력이라 생각했던 건 착각이었다. 그건 노력해서 되는 것이 아니었다. 마음이 식게 되면 자연스레 노력의 불씨도 꺼진다는 것을 우린 깨달으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정말 그만하는게 좋을 것 같아." "그래, 그러는게 ..

잡글 2021.03.09

[단편] 개X같은 이별에 대해

친구는 내게, 그건 개좆같은 이별 아니냐고 했다. "야, 남겨진 사람만 불쌍하고. 그 사람은 슬픔 속에 남겨지는 거잖아. 개좆같은 이별인 거지." "그런가? 난 좋았는데." "뭐가? 헤어진 지 아직 일주일도 안 지났는데 뭐가 좋다는 거야?" "그냥. 한 때를 같이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한데 난." "네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거 아니야? "아니 겁나 좋아했지. '겁나'라는 단어도 걔 영향으로 엄청 쓸 정도였고 하루 종일 걔한테 선물해줄 글들을 아이폰 메모장에 담고 다녔으니까. 뭐, 이 정도면 겁나 좋아한 거 아니냐?" "몰라. 근데 난 네가 이해가 안 가. 네가 한 이별은 좋은 이별이었단 거야?" "모르겠어. 그냥 그래." "그게 뭐야.." "몰라, 이번 헤어짐은 그냥 그래. 뭔가 떠나보냈다기 보단 그냥..

잡글 2021.03.08

[잡문] 아이러니하게도

관계가 깊어갈수록 늘어가는 건 불안이었다. 사랑은 여전했다. 다만,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 수치는 이 관계가 지속될수록, 상대가 더 좋아질수록 커져만 갔다. 다른 이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욕망과 이 세상에 둘만 있어도 좋을 것만 같은 망상 같은 것들이 커지면 커질수록 아이러니하게, 나에게 불안은 찾아왔다. 나는 상대를 위한다. 나보다도 더 상대를 위한다. 상대가 나로 하여금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의 행복에 대한 생각을 추월할 때 아이러니하게, 상대와의 관계는 틀어져만 갔다. 답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사람들은 답을 찾고, 혼자이고 싶지 않으면서도 날이 선 칼을 들고 서 있다. 세상엔 참 아이러니한 게 많다. 당신과 나처럼.

잡글 2021.02.07 (2)

[잡문] 사랑, 사람

1 중요한 건 그 사람에게 어떤 흠이 있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흠으로 볼 것이냐 아니냐다. 2 내 생에 어느 순간에 와도 널 만났을 거야. 3 내가 너에게 하는 말들이 가벼워지지 않게, 적당히 꽉 찰 때까지 기다렸다가. 너무 무거우면 가라앉고 너무 가벼우면 날아가버리니까 어떤 말이든 적당한 무게를 달아 띄우고, 내리는 것. 4 나에게 속삭이는 네가 꿈꾸는 나와의 미래, 아무 말 없이 하는 입맞춤과 무엇이 담겨있는지 채 가늠하지도 못하는 그런 눈을 하고서 나를 응시하는 것. 그런 것들에 불안은 눈 녹듯 사라진다. 5 "왜 넌 내가 화장하지 않은 모습이 아무렇지 않아? 왜 이렇게 익숙한 듯 행동하지?" 나에겐 그냥 화장을 한 너, 화장을 하지 않은 너. 아무렇지 않은 건 정말 아무렇지 않기 때문에, 어떤 모습..

잡글 2021.02.06

[잡문] 오래된 편지

긴 청바지에 까만색 코트 그리고 부끄러운 듯 흰 마스크로 가린 얼굴. 나도 까만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널 만나러 갔지. 서로 얼굴 쳐다보기도 부끄러워 서로 밥만 깨작댔고, 내 소매를 잡고서 나를 끌고 버스를 타고, 가는 길 은근슬쩍 나에게 기대어 수줍게 걸어갔어. 한 줌 낙엽들도 날아가 버렸으니, 이젠 날려 보내야지. 우리 사이가 점점 굳어져 간다고 생각할 때쯤, 넌 아마 무뎌지고 있다고 생각했나 봐. 그런 시간이 스치는 와중에, 네가 묻더라. "나 소개받을까?" 난 네가 무슨 의도로 그걸 나에게 묻는지 알지 못했어.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 알게 되었지. 왜냐면 넌 지난번에도 나에게 "나랑 너랑 무슨 사이야?" 라고 물었으니까 말이야. 유추하는 데는 내가 눈치가 없어서 시간이 필요했어. 그래도 난 후회..

잡글 202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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