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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無題

답답한 마음을 끌어안고 이리저리 다니다가 결국 찾은 곳이 허름한 헛간이라 할지라도 그 헛간이 잠시나마 비를 피하게 하고 거친 숨을 잠재울 수 있게끔 해주었다면 그곳은 좋은 곳이었다 타는듯한 목마름에 고인 물을 마셔서 그 날들을 버틸 수 있었다면 그래도 좋은 것이었다 길을 걸어가다 넘어져서 다치고 만났던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우리는 고개를 들어 해와 달과 별을 보고 시선을 옆으로 두어 길에 나있는 꽃들도 보고 그래야 한다 가끔은 불안한 마음 안고서라도 어두운 동굴에서 잠을 청할 때가 있으며 삶이 너무 지치고 피곤하여 눈이 감길 지경에 비 오는 계곡 물줄기 옆에 몸을 뉘이기도 하기에 오랜 시간 깎여진 틈 사이로 고여있던 물이 비집고 들어오고 짙은 섬광에 고목이 한순간 넘어지듯 유약함이..

2020.12.02

[시] 너를 사랑하는 일

네가 보는 구름과 내가 보는 별이 다르듯이 네가 맞는 새벽과 내가 맞는 아침이 다르듯이 오늘의 벚꽃과 내일의 벚꽃이 다르듯이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너는 다른 존재. 그 다름을 직시하는 것. 너를 사랑하는 일이다. 나를 사랑하는 일이다. 같지만, 매일 다른 너를 보는 일이 나에게 얼마나 행복인지 너는 알까? 밤바람 차게 부는 날 하이얀 달마저 내 손 안에 피는 꽃마저 다 너의 덕인데 바람이 나를 데려간들 어찌 네 곁을 떠날 수 있으랴. 녹음이 나를 실어간들 이 행복 져버리고 어찌 네 곁을 떠날 수 있으랴. 울지 않는 새 한 마리 데려와 같이 키우자던 너는 그리도 예쁘다.

2020.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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