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긺] 영화 '조커 (Joker, 2019)' 리뷰

새우감바스 2021. 3. 1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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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조커는 영화의 한 장르가 아닐까 싶다. 영화를 보고 나서 ''도대체 내가 어떤 영화를 본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릴러라기엔 긴박감이 다소 부족하고 드라마라기엔 인간의 내면과 너무 맞닿아 있으며 액션이라고 보기엔 화려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아서 플렉'이라는 틱 장애를 가진 남자가 조커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그는 자신이 원하지 않을 때에 웃고 자신이 원할 때에 웃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그런 자신을 부정하며 약을 복용하고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며 살아가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없었다. 자신이 웃고 싶을 때 웃고 웃고 싶지 않을 때에는 웃지 않으려는 '아서 플렉'을 보며 조금의 불편함을 느꼈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묘사되는 그의 장애, 그것을 견디며 살아가려는 아서의 인생은 마음이 아팠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 정기적인 상담과 직장 활동을 이어나갔지만 그가 사회로 녹아드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정기적인 상담은 정부의 지원이 끊겨 받지 못했고 직장은 누명, 혹은 사장의 악덕에 잘려나갔다. 아마 이때부터 그의 인생의 끈은 하나씩 끊어졌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중후반부쯤에 밝혀지는 그의 출생 비밀과 어머니의 정신 질환 이력, 자신이 학대를 당해 장애가 생겼고 그것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안 그는 마지막으로 잡고 있던 그의 '어머니'라는 끈을 놓아버렸다. 그가 좋아하던 머레이 쇼에 출현하기 전, 머레이에게 그는 자신을 '아서'가 아닌 '조커'라고 소개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그가 TV쇼에서 자신의 본심을 털어놓았을 때 비로소 그는 '아서'를 버리고 '조커'가 되기를 선택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조커가 상담사와 대화하는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혼자 과한 웃음을 내뿜는 그를 향해 상담사가 무엇이 웃기냐고 물어본다. 이에 조커는 '당신은 이해하지 못할 거야'라며 받아치며 피에 젖은 발자국을 남기며 상담실을 빠져나온다. 토크쇼에서 다른 사람이 웃는 타이밍을 메모한다든지 어머니를 위해 토마스 웨인을 찾아간다든지 자신을 유일하게 잘 대해주었던 친구를 자신의 살인 현장에서 보내주겠다고 하는 행위 등 영화 중반까지만 해도 다른 사람을 이해해보려 노력했던 조커는 자신을 제외한 타인을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의 범주 밖에 두었다.

자신의 삶이 희극이었다고 말하는 그는 마지막 장면에서 쫓기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모던 타임즈의 찰리 채플린의 걸음걸이와 매우 흡사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조커가 '아서 플렉'이 되기를 포기하는 영화였나 싶기도 하다.

우리는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살아간다. 보이지 않는 압박감, 울타리가 우리를 가두고 있다. 모두가 그 울타리 안에서 활동하면 안전하지만 그 밖을 넘어서는 순간에는 손가락질받으며 매장된다. 아서는 끝까지 울타리 안에 있으려고 했지만 영화에서 보이는 계단에서의 오르내림처럼 그는 바깥을 선택했고 올라가는 것의 힘겨움에 지겨움을 더해 내려가기를 바랐다. 올라갈 때의 고통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즐거움을 내려갈 때 느낄 수 있었던 조커는 그렇게 자신을 져버리고 또 다른 자신을 만들었다.

인정을 받고 싶었던 그는 조커가 되기 전 인생 내내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영화 후반 결국 그는 수많은 쥐(또 다른 조커들)들에 의해 인정을 받는다.

영화 조커는 단순히 아서의 망상에서 비롯된 상황을 설명한 것일까. 아니면 망상처럼 보이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 장치들을 끼워넣은 것일까.

사회를 탓하며 아서가 조커로 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나는 다른 관점으로 조커가 되기 위해 아서라는 인격을 놓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아서가 조커가 되어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장면들은 사회가 아서를 조커로 만들었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아서의 행동이 이해가 된다는 것과 아서의 분노가 그가 조커가 됨으로써 분출한다는 것에서 느껴지는 인간의 본성은 이 영화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아서가 그렇게 될만 했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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