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구속

새우감바스 2021. 1. 1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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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ed by @carrotcake

 

그렇다. 구속이었다.
널 본 순간, 난 손과 발이 묶였다.
너에게 눈빛밖에 줄 수가 없었다.

내 눈으로 진실을 확인하려던 너는
찾고 있던 것을 얻었는지 등을 돌리고 가버렸다.
혼자 남은 나는 무얼 하라고.

다음 날, 널 만났을 때 너는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었다.
자그마한 꽃. 그것은 시들지도 피지도 않았다.
나에게 손을 내밀며 보여주던 너.

무슨 일인지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꽃을 바라보는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나는 꽃을 바라보고 너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다. 그저 꽃이고 그저 너였다.

해질녘이 되어 너와 손을 잡고 걸었다.
뜨겁지도 또 차갑지도 않은 너의 손은
질 듯 말 듯한 해를 잡는 듯했다.

공기가 파랗게 변하는 새벽이 될 때까지 우리는 손을 놓지 않았다.
이미 너의 손에 있던 꽃은 상관없었다.
너의 체온과 향기, 발걸음조차 짙었다. 네가 좋았다.

다음 날, 너를 보러 그 길을 걸었을 때.
너는 나를 보며 저만치에 서 있었다.
다가가서 너의 손을 잡으려 했다.

그렇지만 웬일인지 너는 손을 내어주지 않았다.
그저 손바닥을 펴고 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너는 나를 바라보았다.

네가 말했다.
이건 마음의 꽃.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이건 너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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