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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었다.

사랑이었다. 네 눈을 봐도 네 코를 봐도 네 손톱을 봐도 예뻤다. 나에게 미운 행동들을 해도 미워지지가 않았고, 오히려 그런 아이구나 싶었다. 아이 같은 행동을 하면 실망을 하기도 했고 악의적이지 않은 나쁜 행동들에 상처도 받았지만 그냥 그런 아이구나 얘는 이런 아이구나 싶었다. 처음에는 힘들어도 나중에는 다 이해되고 받아들여졌다. 이런 사람은 처음이었다 싶었다. 내 처음은 너였다. 사랑이었다. 처음이어서 사랑이었던 것이 아니라, 처음과 사랑이 동시에 오는 사람이었다. 넌 나에게 한 사람으로 표현되는 사람이자, 한 아이로도 표현이 되는 사람이었다. 사랑이었어. 나의 사랑, 나의 뮤즈. 잘가.

그냥 2021.02.24

210212

1 서로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좋아하는 걸 같이 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기분을 상하게 한다고 해서 우리가 나쁜 사람들이 되는 것이 아니야. 그냥 우리는 표현 방식이 다른 것일 뿐이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를 뿐이지. 2 나는 나를 두고 가버리는 네 행동에 상처를 받고 너는 네 기분을 상하게 하는 내 행동에 실망을 하고 연인이라는 게 항상 서로에게 좋은 것들만 줄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는 건 서로가 너무나 잘 알지만, 난 항상 예쁘고 좋고 싶다. 그래서 잘 안 되는 것도 있다는 걸 안다. 그런 마음이 낳는 결과가 항상 좋지만은 않다. 때에 따라 다른 표현 방식이 필요한데 나는 언제나 어김없고, 여지없이 네가 좋기에 서로에게 뜸해질 때조차도 그 틈을 주지 않는다. 3 그러기 위해선 서로..

매일 2021.02.12 (2)

[잡문] 아이러니하게도

관계가 깊어갈수록 늘어가는 건 불안이었다. 사랑은 여전했다. 다만,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 수치는 이 관계가 지속될수록, 상대가 더 좋아질수록 커져만 갔다. 다른 이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욕망과 이 세상에 둘만 있어도 좋을 것만 같은 망상 같은 것들이 커지면 커질수록 아이러니하게, 나에게 불안은 찾아왔다. 나는 상대를 위한다. 나보다도 더 상대를 위한다. 상대가 나로 하여금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의 행복에 대한 생각을 추월할 때 아이러니하게, 상대와의 관계는 틀어져만 갔다. 답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사람들은 답을 찾고, 혼자이고 싶지 않으면서도 날이 선 칼을 들고 서 있다. 세상엔 참 아이러니한 게 많다. 당신과 나처럼.

잡글 2021.02.07 (2)

[잡문] 사랑, 사람

1 중요한 건 그 사람에게 어떤 흠이 있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흠으로 볼 것이냐 아니냐다. 2 내 생에 어느 순간에 와도 널 만났을 거야. 3 내가 너에게 하는 말들이 가벼워지지 않게, 적당히 꽉 찰 때까지 기다렸다가. 너무 무거우면 가라앉고 너무 가벼우면 날아가버리니까 어떤 말이든 적당한 무게를 달아 띄우고, 내리는 것. 4 나에게 속삭이는 네가 꿈꾸는 나와의 미래, 아무 말 없이 하는 입맞춤과 무엇이 담겨있는지 채 가늠하지도 못하는 그런 눈을 하고서 나를 응시하는 것. 그런 것들에 불안은 눈 녹듯 사라진다. 5 "왜 넌 내가 화장하지 않은 모습이 아무렇지 않아? 왜 이렇게 익숙한 듯 행동하지?" 나에겐 그냥 화장을 한 너, 화장을 하지 않은 너. 아무렇지 않은 건 정말 아무렇지 않기 때문에, 어떤 모습..

잡글 2021.02.06

[잡문]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나는 그 아이의 225에서 230mm 정도 되는 발을 좋아한다. 내 카메라에 담기고 싶다는 것이 좋고,음악 추천 말고 내 노래를 듣고 싶다는 말이 좋다. 카키색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웃는 눈꼬리가 좋고, 신나면 노래를 부르는 그 아이의 콧소리가 좋다. 그 아이는 길거리에서 노래가 나오면 춤을 추고, 가끔은 음악을 틀어서 분위기를 만든다. 그러곤 신이 나서 내 손을 잡고 박자를 타곤 한다. 편지로 고백했을 때, 조명이 있는 곳으로 편지를 들고 가선 감성적인 선율의 노래를 틀고서 읽던 모습이 좋다. 가끔 나에게 짜증을 내며 투덜거리는 것도 좋다.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법이니까. 이젠 너랑 싸우는 게 특별하게 느껴진다. 턱 밑에 오는 158cm의 키도 이젠 익숙하고 자꾸만 맡고 싶어 지는 그 아이의..

그냥 2021.01.22

[시] 구속

그렇다. 구속이었다. 널 본 순간, 난 손과 발이 묶였다. 너에게 눈빛밖에 줄 수가 없었다. 내 눈으로 진실을 확인하려던 너는 찾고 있던 것을 얻었는지 등을 돌리고 가버렸다. 혼자 남은 나는 무얼 하라고. 다음 날, 널 만났을 때 너는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었다. 자그마한 꽃. 그것은 시들지도 피지도 않았다. 나에게 손을 내밀며 보여주던 너. 무슨 일인지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꽃을 바라보는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나는 꽃을 바라보고 너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다. 그저 꽃이고 그저 너였다. 해질녘이 되어 너와 손을 잡고 걸었다. 뜨겁지도 또 차갑지도 않은 너의 손은 질 듯 말 듯한 해를 잡는 듯했다. 공기가 파랗게 변하는 새벽이 될 때까지 우리는 손을 놓지 않았다. 이미 너의 손에 있던 꽃은..

2021.01.15

[잡문] 오래된 편지

긴 청바지에 까만색 코트 그리고 부끄러운 듯 흰 마스크로 가린 얼굴. 나도 까만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널 만나러 갔지. 서로 얼굴 쳐다보기도 부끄러워 서로 밥만 깨작댔고, 내 소매를 잡고서 나를 끌고 버스를 타고, 가는 길 은근슬쩍 나에게 기대어 수줍게 걸어갔어. 한 줌 낙엽들도 날아가 버렸으니, 이젠 날려 보내야지. 우리 사이가 점점 굳어져 간다고 생각할 때쯤, 넌 아마 무뎌지고 있다고 생각했나 봐. 그런 시간이 스치는 와중에, 네가 묻더라. "나 소개받을까?" 난 네가 무슨 의도로 그걸 나에게 묻는지 알지 못했어.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 알게 되었지. 왜냐면 넌 지난번에도 나에게 "나랑 너랑 무슨 사이야?" 라고 물었으니까 말이야. 유추하는 데는 내가 눈치가 없어서 시간이 필요했어. 그래도 난 후회..

잡글 2021.01.04

[리뷰] 다른 사람의 창을 통해 세상을 보다(WindowSwap)

'다른 사람의 창을 통해 세상을 보다'내가 저 회사에 있었으면 이걸 문구로 내세워서 홍보 엄청 했을 것 같다.아무튼 저 문장 그대로,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다른 사람의 창을 통해 전 세계를 볼 수 있다. 저기는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어떤 유저의 집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여긴 평범한 집사의 집인 것 같다. 아, 이거를 누르면 다른 사람의 창으로 이동되니까 계속 눌러 가면서 세상을 감상하면 된다.그럼 좀 더 보겠다. 저기 오른쪽 하단에 소리 ON/OFF 버튼도 있다. 이 사람 창에서 나오는 소리가 꽤나 좋다. 여긴 애기가 있는 집이다. 여긴 집앞에 바다가 있다...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신기한 집들이 많다. 와... 할 말을 잃었다. 고즈넉한 프랑스 시골 풍경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위쳐'에나 나올 법한 중세..

리뷰 2021.01.02

[짧]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My tomorrow, your yesterday, 2016)' 리뷰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가 아마 2017년이었을 거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던 시기에 이 영화를 거실에서 혼자 봤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무슨 팝콘 같은 걸 입에 욱여넣으면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원래 영화 보고 나서 방금 본 게 감명 깊으면 인터넷에 다른 사람들 리뷰 쳐보고 공감받고 그러지 않나. 내가 딱 그랬다. 이거 보고 네이버랑 구글 뒤져서 리뷰어들이 쓴 글 보며 그들의 감성적인 묘사에 공감했다. 그 리뷰들을 보다가 어떤 리뷰어의 글이 눈에 들어와서 다음 날 이 영화를 또 보게 되었는데, 그 문장인 즉슨 '이 영화 처음으로 보면 마지막에 울고, 두 번째 보면 처음부터 운다.'였다. 그래서 당일인가, 그다음 날인가 바로 두 번째 관람을 시작했는데 진짜 그 사람 말대로 첫 장면부터 눈물이 주르륵..

리뷰 202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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